고베는 미식의 도시다.
규카츠, 커피, 디저트 등 다양한 맛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만두(餃子)일 것이다. (교자라 하는데 전 편의상 만두라 할게요.)
오늘은 고베의 숨은 로컬 만두집, ‘張記(장기)’를 소개해보려 한다.
우연히 골목을 걷다 발견한 이곳은
간판부터가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듯했다.
붉은색 한자 간판 아래로 김이 피어오르는 주방,
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기름 냄새와 갓 구운 만두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 첫인상부터 ‘진짜’의 느낌
張記는 화려하지 않다.
고베 중심가의 세련된 음식점들과 달리,
작은 간판, 몇 개의 테이블, 그리고 주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하지만 그 단촐함 속에 오히려 ‘현지의 맛집’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테이블 위엔 이미 간장과 식초, 라유가 놓여 있었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요리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주문하는 건 역시 ‘만두’였다.
나는 직원의 추천대로 철판만두(鐵板餃子)와 샤오롱빠오, 그리고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 철판 위에서 춤추는 만두
잠시 후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등장한 만두 6개.
표면은 노릇하게 구워지고, 밑부분은 바삭한 황금빛을 띠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자 얇은 피 속에 육즙이 가득했다.
한입 베어무는 순간,
고기와 부추의 향이 동시에 터지며 뜨거운 김이 올라왔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
이 간단한 조합이지만, 그 밸런스가 정말 완벽했다.
고소한 맛 사이로 은은한 마늘 향이 퍼지고,
뒤이어 식초와 라유를 살짝 찍어 먹으면 풍미가 두 배로 깊어진다.
특히 철판에서 바로 구워주는 방식 덕분에
끝까지 따뜻하고 바삭한 식감이 유지되는 게 매력이었다.
🍺 만두와 맥주의 궁합
고베의 밤공기와 함께하는 시원한 맥주 한 잔.
그 순간 ‘여행 중의 행복이란 이런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름지고 짭조름한 만두의 맛이 맥주의 쌉싸름함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묘한 조화를 이뤘다.
隣のテーブル(옆 테이블)에서는 일본인 직장인 두 분이
‘간바이(乾杯)’를 외치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그 소리마저도 이 가게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관광객보다는 현지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라는 게 확실했다.
🌶 마파두부, 매운맛 속의 깊이
함께 주문한 마파두부는 보기엔 평범했지만,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놀라웠다.
두부가 부드럽고, 고기와 두반장의 조합이 절묘했다.
매운맛보다는 감칠맛이 중심이라,
밥 없이도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그릇 가장자리에 살짝 눌어붙은 부분을 떠먹으면
짭조름하고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한 그릇 클리어’가 자연스럽게 되었다.
🏮 장기(張記)의 매력은 ‘현지감’
고베에는 세련된 중식당도 많지만,
張記의 매력은 투박함 속의 진정성이다.
직원은 중국 본토 출신으로 보였고,
주방에서는 중국어 대화가 오갔다.
그래서일까, 음식의 맛이 일본식 중화요리라기보다는
조금 더 본토의 느낌이 강했다.
현지인들은 테이크아웃으로 만두를 사가기도 했고,
점심시간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만큼 고베에서 진짜 만두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집이라는 뜻이다.
📍 위치 및 방문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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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명: 張記(チョウキ / Zhang 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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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고베 모토마치역 근처, 난킨마치(고베 차이나타운)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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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11:30~21:00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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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鉄板餃子(철판만두), 麻婆豆腐(마파두부), 炒飯(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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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가격대: 만두 6개 기준 약 480엔, 식사류 800~1200엔
⏰ 점심시간에는 줄이 길지만,
저녁 시간대엔 비교적 여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만두는 주문 즉시 굽기 때문에 약 10분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 여행자의 짧은 메모
고베의 거리에는 맛있는 가게가 많지만,
장기(張記)는 단순히 ‘만두집’이 아니라
여행 속에서 잠시 머무는 정류장 같은 곳이었다.
한입의 만두에 담긴 따뜻한 육즙,
시원한 맥주의 거품,
그리고 허름한 간판 아래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모든 게 고베의 밤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