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박찬욱 감독이 조용필의 ‘고추잠자리’를 사용한 까닭은

맥스무비 맥스무비 조회수  

영화 '어쩔수가없다'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지난 달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누적관객 300만명을 향하면서 이 작품에 숨겨진 의미와 재미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중에서도 관객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장면은 단연 ‘고추잠자리 신’이다.

‘어쩔수가없다’는 실직한 가장의 재취업 전쟁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의 의기투합으로 일찍이 관심을 모았다. 개봉 이후에는 감독이 작품 속에 숨겨놓은 상징과 은유로 인해 해석 및 분석 욕구를 자극하며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이 가운데 고추잠자리 장면은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 사용된 가왕 조용필의 대표곡 ‘고추잠자리’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고추잠자리 신’으로 불리고 있다.

주인공인 만수(이병헌)가 자신의 재취업 성공을 위해서 경쟁자들을 제거하는데 그 첫 번째 대상인 범모(이성민)와 맞닥뜨린 장면에서 ‘고추잠자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이 음악 소리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실직과 실연을 이유로 아무말 대잔치를 하듯이 서로를 질타하는게, 이 장면은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면서도 마냥 웃음만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 해당 장면이다. 만수가 범모에게 쏟아내는 말들이 예사로 들리지 않아서다. 만수는 실직 상태에 종이밖에 모르는 범모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다시 말해 만수가 범모에게 한심스럽게 쏟아낸 말들은 그 자신에게 하는 말로, 그의 분노감과 억울함을 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경쾌하면서 슬픈 ‘고추잠자리’와 어우러져 희비극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눈길을 끄는 건, ‘고추잠자리’가 이 작품에서 일부가 아닌 전곡이 실려서다. ‘고추잠자리’뿐 아니라 만수가 또 다른 경쟁자를 제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산울림 김창완의 ‘그래 걷자’가 사용됐다.

박찬욱 감독은 앞선 작품들을 통해서도 한국의 대중가요를 사용해왔다. ‘박쥐’에서는 이난영의 ‘선창에 울러 왔다’와 남인수의 ‘고향의 그림자’를, ‘헤어질 결심’에서는 정훈희와 송창식의 ‘안개’를 사용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 박찬욱 감독은 “비틀스나 롤링스톤스의 옛 노래들을 젊은 세대도 알지 않냐”며 “우리나라에도 위대한 싱어송라이터가 많은데 소개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자신의 작품에 한국의 대중음악을 사용해온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고추잠자리’에 대해서는 “명곡이 많지만 유독 ‘고추잠자리’가 아이러니가 생기면서 묘하게 어울렸다”며 “조용필은 고등학교 때부터 우상이라 언젠가 영화에 쓰고 싶었는데 이번에 원 없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는 9일까지 누적관객 244만명을 동원했다. 영화는 개봉 3주차 주말인 이번 주말을 넘기면서 300만명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