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공항이나 식당에 가면 저를 ‘대령숙수’라고 부르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먼저 다가와서 ‘잘 봤다’고 한마디씩 해주시기도 하시고요. 그 점에서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사랑해 주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28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극본 fGRD·연출 장태유)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주연 배우인 임윤아 역시 그 반응을 피부로 느꼈다. 시청률과 글로벌 순위뿐만 아니라 대중의 호응이 직접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작품 종영을 앞두고 맥스무비와 만난 임윤아는 “대본을 처음 받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을 지영으로 생각하고 지내왔다. 12부작으로 끝난다는 게 아쉽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 뿌듯하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이어 “‘폭군의 셰프’를 떠올리면 유독 찡해지는 감정이 든다. 내용이나 감정적으로 울컥한 부분도 있지만 오랜 시간 지방에서 촬영하며 작품에만 온전히 집중했고 요리라는 새로운 분야를 준비하면서 저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폭군의 셰프’는 촉망 받는 프렌치 셰프 연지영(임윤아)이 고서 ‘망운록’의 신비한 힘으로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시간여행)해 폭군이자 미식가인 연희군 이헌(이채민)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영의 요리에 반한 이헌은 그녀를 수라간의 최고 책임자인 대령숙수로 임명하고, 지영은 왕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게 된다.
작품은 맛깔스럽고 디테일한 음식 연출 그리고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이헌과 지영의 관계를 설렘 가득하게 풀어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4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한 데 이어 마지막 회에서는 17.1%(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또한 방송 이후 공개되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는 비영어권 TV쇼 부문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흥행을 입증했다.
임윤아는 “작품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건 놀랍고 감사한 일”이라며 “드라마 자체의 재미뿐 아니라 제작진과 배우들의 호흡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임윤아가 대령숙수가 되기까지
임윤아는 ‘폭군의 셰프’를 선택한 이유로 ‘요리’라는 소재에 대한 관심을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 셰프 역할이 욕심이 났다”며 요리를 “우리 드라마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했다.
“요리가 매개가 돼서 이야기나 사건이 전개되는데, 이 부분이 차별화되는 설정이 아닐까 했어요. 요리로 정치가 이뤄지고, 이헌과 지영의 로맨스도 요리가 시작이잖아요. 음식 하나로 상대의 상처를 알아가는데 그 지점들이 굉장히 흥미로웠죠. 무엇보다 요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란 점도 출연을 결정하는 데 크게 다가왔어요.”
임윤아는 조선 최고의 요리사를 연기하는 위해 촬영 시작 3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요리 연습에 돌입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조리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는 “대역하는 분도 계셨지만 웬만하면 제가 다 해보려고 했다”고 돌이켰다. 작년에 대본을 받은 뒤 요리 경연 대회를 보거나 집에서 연습했다던 임윤아는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실력을 다졌다.
“촬영 전에 드라마에 나오는 메뉴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연을 했었어요. 장태유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 푸드팀 그리고 자문을 맡아준 오세득 셰프님과 함께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봤죠. 그 과정서 저도 요리 과정을 숙지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카메라에 어떻게 담기는 것이 좋을지 파악하면서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
그 시간을 거친 덕분에 임윤아는 “현장에서는 90% 이상 요리 장면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요리 실력이 어느 정도 늘었냐는 질문에 그는 “확실히 칼질 시간이나 조리 시간이 단축됐다”면서 “인식하지 못하는데 저도 모르게 배운 대로 하고 있더라”고 미소 지었다.
극 중 등장한 다양한 퓨전 음식 가운데 임윤아가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는 고추장버터비빔밥이었다. 그는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요리이자 ‘K푸드’라고 했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지 않나. 지영이가 비행기에서 받은 고추장을 챙긴 것도 친근했다”면서 “이헌에게 처음 해준 음식이고, 셰프로서 처음 선보인 메뉴라 더 특별하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폭군의 셰프’에서는 조선시대 인물들이 지영의 음식을 맛본 뒤 보여주는 다소 과장된 리액션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면에서는 폭죽이 터지거나 식재료가 날아다니는 듯한 컴퓨터그래픽(CG) 효과가 더해졌지만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는 표정과 몸짓으로 이를 표현해야 했다.
“리액션 장면은 준비 과정이 많아 자주 보지는 못했는데, 가끔 지켜보면 (상대 배우들이)’현타’가 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채민이도 촬영 전에 ‘어떡하죠’라고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자연스럽게 옷을 풀어헤치며 잘 하더라고요. 하하! 이헌과 명나라 사신이 지영의 오골계 삼계탕을 먹은 뒤 봉황을 보는 듯한 장면을 찍을 때 (오)의식 오빠랑 눈이 마주쳤는데 ‘이거 맞지?’라는 눈빛을 교환했어요.(웃음) 방송을 보는데 ‘감독님은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조차도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그는 “요리를 만든 사람의 실력은 결국 맛본 이들의 반응에서 드러나는데 다들 넘치는 표현력으로 대령숙수를 더욱 돋보이게 해줬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 임윤아가 말하는 이채민..”성숙한 배우”
당초 이헌 역은 박성훈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촬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하차하면서 이채민이 뒤늦게 합류하게 됐다. 그렇지만 그는 냉혹한 군주의 카리스마와 절대 미각을 지닌 미식가의 면모, 지영을 향한 로맨스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폭군의 셰프’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임윤아는 “상대 배우가 연하이자 후배인 적은 처음이었다”면서 “그동안 함께했던 선배님, 동료들과의 호흡을 돌아보며 채민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표현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저 역시도 준비할 것이 많아서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었어요. 다만 이 작품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채민이는 연하고 후배지만 성숙한 면이 많더라고요. 현장에서 집중력도 정말 뛰어났죠. 승마나 붓글씨처처럼 짧은 시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것들도 잘 장착하고 나타나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고 또 고마웠어요.”
임윤아는 지영을 연기하며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극 중에서 지영이가 ‘먹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셰프로서의 마음을 대변한 대사”라며 “그 대사를 하면서 저는 오히려 배우로서 앞으로 ‘뭘 보여드릴 수 있을까?’라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요리를 맛보는 사람의 입장도 있지만 셰프로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저라는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어떤 것일까’라는 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어요. 그 과정에서 대중들이 ‘어떻게 맛 봐주실까?’라는 기대감도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임윤아는 자신의 커리어를 요리에 비유해 달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한 뒤 “뷔페”라고 답했다. 그는 “돌아보면 가수, 배우, MC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어느 자리에서는 가수로, 또 다른 자리에서는 배우나 MC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며 “한 번에 여러 가지가 담겨 있는 음식을 떠올리다 보니 뷔페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뷔페가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듯 앞으로도 더 많은 캐릭터와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