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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가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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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맨 왼쪽)을 비롯한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역들이 지난 17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위에 서 있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박찬욱 감독(맨 왼쪽)을 비롯한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역들이 지난 17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위에 서 있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올해 베니스와 부산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선보이며 호평받는 가운데 내년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수상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이를 점쳐볼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기준점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 수상 가능성 제고를 위한 제언’이라는 현안 보고서를 냈다. 영화진흥위원회 하은선 미국 통신원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을 통해 수상 경향성을 분석하고 한국 출품작의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 내용이다.

하 통신원은 보고서에서 “아시아 문화권을 넘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투표층을 이루는 백인 보수 성향의 회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와 “한국적 특수성과 보편적 인간 감성을 균형 있게 담아내고, 문화적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주제를 택한 작품”이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감정의 진정성과 휴머니즘, 인간 중심의 이야기, 특히 내면 감정과 정서적 여운”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의 중요 평가 요소라면서 “성소수자, 계급, 전쟁, 트라우마 등의 주제를 정제된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가 높이 평가되었다”고 분석하며 이처럼 결론지었다.

또 지난 10년 동안 “미국 내 사회정치적 변화는 아카데미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도 썼다. 

그에 따르면,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치 지형이 급변”한 뒤 ‘사울의 아들’이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지켜야 할 인간적 가치가 무엇인지” 물으며 수상했다. 이듬해 할리우드발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이란영화 ‘세일즈맨’이 “성폭력과 그 이후의 도덕적 딜레마”를 그리며 영광을 안았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하면서 당시 “미국 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던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제공”해 극찬과 함께 수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현대사회의 무관심과 방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며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이 같은 분석의 틀 안에서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따져볼 수 있을까.

이병헌과 손예진이 주연한 ‘어쩔수가없다’는 25년 동안 열심히 일하며 집을 마련하는 등 행복감을 만끽하지만 한순간 해고당한 가장의 모습을 그렸다. 그가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현실에 맞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지난달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선보여 일찌감치 해외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포스터 이미지. 사진제공=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포스터 이미지. 사진제공=CJ ENM

당시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단단한 자신감이 돋보이는 서사의 추진력. 일종의 코미디 풍의 소동극처럼 시작하지만, 이내 전혀 다른 장르로 변신한다”면서 “가족의 붕괴, 가장의 위기, 그리고 국가의 현주소를 그려낸 초상이다”고 극찬했다. 미국 영화전문지 인디와이어도 “박찬욱 감독의 탁월하고, 잔혹하고,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본주의 풍자극”이라고 호평했다. 

이 같은 평가는 위 보고서가 분석한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고의 일상적 위험에 방치된 노동자의 이야기와 그 가족이 맞닥뜨려야 하는 위협, 이를 포괄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이라는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액스'(THE AX)를 영화화한 박 감독은 “20년 동안 이 작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면 어느 시기든, 어느 나라에서 왔든, 정말 공감되고 시의적절하다고 반응해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보편성과 관객에게 전하는 공감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영화가 지닌 형식적 미학으로도 ‘어쩔수가없다’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노릴 만하다는 기대감도 높인다.

하은선 영화진흥위원회 미국 통신원은 보고서에서 “형식적 실험과 기술적 혁신 추구”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에 대한 평가 기준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넥스트 베스트 픽처는 ‘어쩔수가없다’가 “특유의 카메라 워크와 편집이 
혁신적이면서도 강렬하다”고 평했다. 크리틱스 노트북도 “스타일적으로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세련미를 보여준다”고 찬사했다.

‘어쩔수가없다’의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가능성은 또 현지 배급사의 오스카 캠페인으로도 힘을 얻을 전망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네온이 현지 배급을 맡는다. 네온은 이미 2019년 ‘기생충’을 비롯해 ‘티탄’(2021), ‘슬픔의 삼각형’(2022), ‘추락의 해부’(2023), 지난해 ‘아노라’, 올해 ‘그저 사고였을 뿐’ 등 6년 연속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배급해온 유력 배급사이다. 하 통신원은 “구체적인 (아카데미상)투표 회원층을 타겟으로 한 정교한 캠페인 전략과 예산 집행”이 또 하나의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기준이 된다고 썼다. 따라서 네온이라는 유력 배급사가 ‘어쩔수가없다’를 어떻게 홍보하고 마케팅할 것이냐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네온은 아직 ‘어쩔수가없다’의 북미 지역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오는 10월 미국 뉴욕영화제 등에서 영화를 선보일 계획이어서 현지 개봉은 물론 향후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한 본격적인 캠페인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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