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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원작 결말로 보는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모방범 정체와 반전

빛나는 책과 영화 빛나는 책과 영화 조회수  

23년 전, 다섯 명의 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 정이신(고현정)의 별명은 사마귀다.

사마귀는 암컷이 교미 후 수컷의 머리와 몸을 물어뜯어 죽이는 것처럼, 정이신 역시 여성과 아이를 학대하거나 착취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들만 골라 목과 머리를 잘라 살해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녀는 자신의 범죄를 정의 구현이라 주장했고, 체포될 때 자백할테니 아들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경찰에게 남겼다.

세월이 흘러 정이신은 감옥에 갇혀 잊힌 존재가 되었지만, 어느 날 그녀의 범죄를 그대로 따라 하는 모방 범죄가 발생한다.

피해자는 과거 사마귀 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되고, 시신은 일부러 쉽게 발견되도록 남겨졌다.

경찰은 수사를 위해 결국 정이신을 다시 불러내고, 그녀는 단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바로 경찰이 된 아들 차수열(장동윤)이 수사에 함께할 것.

어린 시절 10살이던 수열은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을 피해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 그는 평생 엄마를 괴물로 여기며 지워버렸지만, 모방범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이신과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의 극비 공조 수사가 시작되면서, 과거의 상처와 숨겨진 비밀들이 드러난다.

프랑스 원작 〈라망트〉의 줄거리와 결말을 보면 주인공은 잔 드 보메르(라망트). 그녀 역시 사회적 악을 상징하는 남성들을 처단하며 연쇄살인을 저지른 뒤 종신형을 선고받았다.원작에서 사마귀는 8명을 죽였다.

수십 년 후, 잔의 살인을 그대로 모방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그녀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한다. 잔은 조건을 내세운다.

아들 다미앵과 함께할 것.

다미앵은 형사로 살아가며 엄마를 증오해왔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마지못해 함께한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모방범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는 어린 시절 잔의 범죄를 목격하고, 그녀를 구원자라 여기며 숭배한 남자였다. 성인이 된 그는 자신 또한 사마귀의 뒤를 잇겠다며 범죄를 저지른 것.

모방범은 다미앵의 아내를 납치하고 잔을 만나려고 한다. 다미앵과 경찰의 공조로 모방범은 제압되고 모방범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잔은 아들에게 고백한다. 널 버린 게 아니라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결말

한국판에서 모방범은 서아라라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차수열의 아내 정연과 가까운 친구처럼 보이지만, 이야기 후반부에 이르러 진짜 정체가 드러난다.

서아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어린 시절부터 성정체성 때문에 아버지에게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당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구원’을 느낀 순간은, 바로 아버지를 죽이고 정의를 실현한 정이신의 살인을 목격했을 때였다.

그녀에게 정이신은 괴물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자처럼 비쳤고, 그 기억은 아라의 인생 전체를 뒤흔들며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성인이 된 서아라는 여러 차례 성전환 수술을 거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에 다가가려 했지만, 수술 부작용과 사회적 차별 속에서 또다시 상처받는다. 세상은 여전히 그녀를 완전한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 시선은 곧 혐오와 모욕으로 이어졌다.

자신을 괴물로 규정하는 사회를 향한 분노는 점점 커져 갔고, 마침내 정이신의 살인을 그대로 따라 하는 모방범이 된다. 그녀에게 살인은 자신을 지켜준 구원자의 방식대로 세상에 맞서는 잘못된 정의 구현이었다.

원작이 숭배자의 광기만을 그렸다면, 한국판은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과 사회적 약자의 서사를 얹어, 훨씬 더 입체적이고 비극적인 모방범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놀라운 반전은 또 있다. 정이신의 아버지이자 차수열의 외할아버지 정현남이 나쁜 놈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린 딸 정이신을 성폭행했고 아내를 죽였다. 정이신 살인의 목적이 정현남이었고, 원작대로 간다면 수열은 아버지의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들로 외할아버지가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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