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경구 선배님을 좋아해요.”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굿뉴스’ 기자회견에서 변성현 감독이 수차례 호흡을 맞춘 배우 설경구에게 수줍은 고백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는 1970년 3월 실제로 발생한 일본 항공기 납치 사건 ‘요도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일본 적군파가 민항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하려 한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해결사 아무개(설경구)와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이 납치된 비행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울에 착륙시키려는 긴박한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이날 변성현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제목이 ‘굿뉴스’ 이다시피 뉴스라는 게 결과 값이지 않나. 결과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정을 창작했다”고 밝혔다.
실화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펼쳐낸 이유에 대해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이 자체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블랙’이 붙으면 재미뿐만 아니라 날카로움도 있어야 된다고 봤다”며 “1970년대 벌어진 사건이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제가 느끼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미디를 위해 다양한 수단에서 일본 만화 ‘내일의 죠’가 극 중 중요하게 등장한다. 변 감독은 이 만화를 사용하기 위해 출판사를 통해 원작자에게 직접 손편지를 보내 설득했다. 그는 “처음에는 난항을 겪었는데 다행히 연출 의도를 알아봐 주셔서 허락해줬다”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만화이기도 하고 영화에서 필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객기 납치 사건을 둘러싸고 비밀 작전을 펼치는 인물들의 수 싸움과 갈등, 시시각각 변하는 관계를 몰입도 높은 이야기로 펼쳐 내는 이 작품은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이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공개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는 ‘굿뉴스’를 포함해 자파르 나하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과 기예르도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이상일 감독의 ‘국보’가 초청돼 선보인다. 변 감독은 “섹션을 잘 몰라서 처음에는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초청된 감독님들을 보고 ‘여기에 끼면 안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면서 “송구스럽고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했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 설경구의 고민 “네 번째 호흡, 고민됐다”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부터 ‘킹메이커’ ‘길복순’ 그리고 ‘굿뉴스’까지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변 감독은 “제가 경구 선배님을 좋아한다. 배우로서, 형님, 선배님으로서 좋아한다”며 “좋아해요. 제가“라고 고백해 현장을 웃게 만들었다.
극 중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는 정체를 알 수 없지만,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로서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정체불명의 아무개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어느 순간 일을 해결한다. 설경구는 “실제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아무개는 감독님이 창조해서 던져 놓은 느낌이었다”면서 “배역들과 섞이지 않은 느낌이었고 연극적인 부분도 있는 만큼 변 감독님과 계속 얘기를 나눴다”고 촬영 당시를 돌이켰다.
변성현 감독은 “저는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것보다 거리감을 주고자 했다. 이 소동에 참여하지 말고 아무개를 통해 ‘이 소동을 지켜봐 주세요’라는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부연했다.
변성현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는 설경구는 “네 번째라서 고민이 되지 않은 게 아니라 더 고민됐다. ‘불한당’부터 함께 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이후부터 이 스타일에 재미를 많이 느꼈다. ‘굿뉴스’라는 스케일 큰 영화는 (변성현 감독이)어떤 스타일로 보여줄지 호기심도 있었다”면서 “‘불한당’에서 저를 빳빳하게 피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구겨버리겠다고 해서 어떻게 (저를)구길지 궁금했다. 애를 써주는 거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홍경은 비밀 작전에 투입되는 공군 중위 서고명 역할을 맡아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매력을 펼친다. 일본어 대사가 등장하는데, 대사를 외우는 것이 아닌 일본어를 처음부터 배우며 역할에 몰입했다. 변 감독은 “홍경 배우가 상대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느끼고 싶다고 했는데 그 열정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칭찬했다. 홍경은 “준비 기간을 충분히 주셨는데 그 시간에는 비례하지 못한 것 같아서 낯간지럽다”고 미소 지었다.
일본 배우 야마다 타카유키는 한국으로 급파된 운수정무차관 신이치를 통해 한국 작품에 첫 출연한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이 배웠다”며 “앞으로도 여러 나라와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 외에 류승범은 모든 작전의 지휘권을 통제하는 정부 책임자 역으로 함께한다.
‘굿뉴스’는 다음 달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