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3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17일 개막한다. 1996년 1회를 시작으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스물아홉 차례 열리며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및 아시아 영화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공식 상영작 241편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87편으로 총 325편을 상영한다.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로, 지난해 이어 올해도 한국 작품으로 선정됐다. 특히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 이후 영화산업의 위기 속에서 한국 영화의 재도약과 아시아 영화의 연대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맞는다. 가장 큰 변화는 영화제 출범 30년 만에 경쟁 체제로의 전환이다. 이를 비롯해 올해 영화제의 주요 특징을 살펴봤다.

●’부산 어워즈’ 신설…30년 만에 경쟁 영화제로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는 비경쟁 영화제에서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 이번에 신설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시아 작품들을 대상으로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경쟁 부문에는 아시아 대표 거장 장루(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과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비묵티 지야순다라 감독의 ‘스파이 스타’, 중국의 떠오르는 신진 거장 비간 감독의 ‘광야시대’, 일본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 수치(서기)의 연출 데뷔작 ‘소녀’, 임선애 감독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그리고 타지키스탄의 신예 이저벨 칼란다 감독의 ‘또 다른 탄생’ 등 14편이 포함됐다.

● 풍성한 특별기획 프로그램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매년 2~3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 ‘줄리엣 비노쉬, 움직이는 감정’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 ‘까르뜨 블랑슈’ 5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에서는 1996년 영화제 출범 이래 아시아영화사를 빛낸 이란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 중국 ‘스틸 라이프’의 지아장커 감독, ‘버닝’의 이창동 감독, 일본 ‘아무도 모른다’의 배우 야기라 유야 등 10명의 거장 감독들과 관론의 배우들이 10편의 작품을 관객 앞에 선보인다.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에서는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과 ‘줄리엣 비노쉬, 움직이는 감정’에서는 세계적인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에서는 김세인, 김초희, 윤가은, 윤단비, 임오정 한국 신예 여성 감독 5인이 자신들의 영화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국 영화 한 편씩을 선정 및 소개하고 해당 작품의 선배 감독들과 대화를 나눈다. 또, ‘까르뜨 블랑슈’는 봉준호 감독, 메기 강 감독, 배우 강동원, 소설가 은희경, 방송인 손석희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영화 및 문화계 명사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를 직접 선정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펼쳐진다.

● 영화 논의의 장 활성화…포럼 비프 재개
‘아시아 영화 논의의 장’이었던 포럼 비프가 재개한다. 포럼 비프는 그간 국내외 영화인과 전문가를 초청해 영화산업의 흐름과 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 토론의 장 역할을 해왔다. 2022년 감염증 사태와 예산 등을 이유로 잠정 중단됐다가 올해 3년 만에 부활한다.
올해 포럼 비프는 ‘다시, 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라는 구호로, 급변하는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속에서 한국과 아시아 영화가 직면한 현실과 미래를 조망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국제공동제작’의 경향 속의 아시아 영화의 현주소와 구조적 위기와 미학적 한계를 맞은 한국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등을 주제로 진행된다. ‘연대를 꿈꾸는 아시아영화’ ‘한국영화를 구하라’ ‘시네마의 미래: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영화교육’ ‘한국영화의 로드맵 구축을 위한 지도 그리기’ 등을 주제로 9개의 발표 및 토론회가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영상산업센터에서 진행된다. 중국영화를 대표하는 지아장커 감독과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온 민규동 감독이 기조 발제자로 나서 포럼의 포문을 연다.
이 밖에도 그간 한국 신인 감독 발굴과 독립영화 육성을 위해서 선보였던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이 ‘한국영화의 오늘’에서 분리돼 ‘비전’으로 아시아 신인 감독 발굴과 작품들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확장해 운영된다. 올해 ‘비전’ 부문에는 한국 12편, 아시아 11편이 선정돼 관객과 만난다.
또한 올해 개·퍠막식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민규동 감독의 무대 연출로 개막식은 배우 이병헌, 폐막식은 배우 수현이 진행한다. 특히 27일 열리는 폐막식은 주요 영화인들이 올해 처음 열리는 시상식의 시상자로 참석해 축제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