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이 공개되어 1화와 2화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어린 시절의 모습도 떠올리게 된다. 여자들 사이의 우정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여자들의 우정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의 결을 가지고 있다. 든든한 지지자이자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비교와 질투, 경쟁심이 섞여들기도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이나 청춘기에 맺어진 우정은 함께 나눈 비밀과 공유한 기억으로 더욱 끈끈해지지만, 그만큼 얽히고설키는 감정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상연(박지현)은 현재 마흔셋,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성공한 영화사 제비의 대표로 살아온 그는 10년 전 절교했던 은중(김고은)을 다시 찾아온다.
왜 절교에 이르게 되었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스쳐가는 장면 속에서 상연이 은중에게 네가 멀쩡한 게 싫다, 나처럼 망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던졌고, 그것이 마지막 순간이었던 듯하다. 현재 은중은 상연의 화려한 성공을 곱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국민학교 4학년 시절, 상연이 전학을 왔었을때다. 하얀 얼굴에 공부도 잘하고 새 아파트에 살며, 장관을 지낸 할아버지까지 있는 상연은 모든 걸 가진 듯 보였다. 은중이 좋아하던 글쓰기 특활 선생님이 바로 상연의 어머니였다는 사실도 그녀에게는 더욱 큰 대비로 다가왔다.
은중은 반지하에 아빠가 없다보니 늘 결핍을 안고 자랐지만, 상연은 겉보기엔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소녀였다.
1화 2화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은중의 첫사랑이 상연의 오빠 상학이었다는것도 밝혀지기도 한다.
1화 마지막에 상연은 한 달 뒤 스위스로 가서 삶을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을 밝히며, 은중에게 함께 가달라고 부탁한다.
이미 죽음은 결정된 일이었다. 두 배우의 농밀한 연기가 겹쳐지니 아직 초반임에도 벌써 눈물이 차오르고, 앞으로 이 드라마가 얼마나 슬픈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예감이 된다.
작품 속 스위스 안락사 제도는 이미 다른 영화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스위스에서는 의사가 직접 생명을 끊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 삶을 마무리하는 조력 자살은 합법이다. 안락사를 원할 경우 먼저 정신적, 의학적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며, 마지막 순간 약물을 삼키거나 주사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반드시 환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죽음을 선택하되, 그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고 스스로의 손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한다.
2화에서 상연의 오빠 상학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은 암시를 준다. 상학은 사진을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서울대 경영학과로 진학했으며 이후 우울했던 것 같다.
그리고 2화의 끝에서 은중이 대학생 시절의 김고은 모습으로 바뀌며,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애증의 시간들을 보내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