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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81%] ‘에스콰이어’ 현실에도 이런 변호사들이 있기를…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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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는 다양한 사랑의 모양이 빚은 각종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이진욱(왼쪽)은 베테랑 변호사 윤석훈으로, 정채연은 신입 변호사 강효민으로 호흡으로 맞췄다. 사진제공=JTBC

법 앞에서 사랑을 먼저 이야기한다. 상처가 극에 달해 더는 어쩔 수 없을 때 법을 찾는 사람들은 법정에서 때론 아귀다툼을 벌이지만, 그 갈등의 시작은 사랑에서 기인했고 이를 풀 해법도 사랑 안에 있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은 대형 로펌을 무대로 능력 있는 변호사들이 각종 사건을 맡아 법적 다툼을 벌이는 내용이지만, 한 발 들어가 보면 남녀의 사랑부터 부모와 자식의 사랑, 먼저 떠난 부모를 그리워하는 자녀의 사랑, 집착이 부른 어긋난 사랑, 고난의 끝에서도 지켜내고 싶은 절절한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이야기한다. 변호사들이 벌이는 익숙한 법정물에서 벗어나 사랑의 감정으로 상처를 딛고 갈등을 넘어서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강효민(정채연)은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로펌 율림에 막 입사한 신입. 궁금하면 일단 현장으로 달려가고,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행동파다. 의욕이 앞서 좌충우돌하고 실수할 때도 있지만 그의 곧은 진심과 탁월한 능력을 알아본 베테랑 변호사 윤석훈(이진욱)의 든든한 지원과 묵묵한 조력으로 한 걸음씩 성장한다.

윤석훈은 뛰어난 엘리트다. 빈틈없는 완벽주의자로 탁월한 승소율을 자랑하지만 유일하게 무장해제되는 순간이 있다. 주말마다 돌보는 반려견 해쉬를 만날 때다. 전처와 사이에서 남은 깊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그는 전처와 반려견을 공동으로 돌보고 있다. 긍정의 에너지로 똘똘 뭉친 강효민은 얼어붙은 석훈의 마음을 조금씩 녹이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들의 감정은 사랑이 아닌, 조금 특별한 동료애의 그 어디쯤이다.

‘에스콰이어’에서 대형 로펌 율림 송무팀 소속의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들. 왼쪽부터 이진욱 정채연 전혜빈 이학주. 사진제공=JTBC

● 본질에 충실한 단순한 이야기들 

‘에스콰이어’는 본질에 충실한 드라마다. 정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약자는 보호받아 마땅하다는 당연한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단순하다. 현실의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사건의 가해자일 경우에도 변호를 맡기도 하지만, ‘에스콰이어’는 조금 다르다. 악랄하게 동물을 괴롭힌 의뢰인의 수임 제의를 단칼에 거절하고, 어린 딸에 폭력을 일삼으면서도 돈과 권력의 뒤에 숨는 의뢰인에겐 가차 없이 ‘주먹’을 날린다. 법의 논리에 입각한 변호사보다 악당에 맞서 주먹도 휘두를 수 있는 히어로에 가깝고, 풀기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형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윤석훈과 강효민이 주축인 율림의 송무팀은 복잡하게 꼬인 사건을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한다. 송사에 얽힌 당사자들은 물론 율림 내부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사내 정치의 한복판에서 윤석훈과 강효민은 늘 발 빠른 해답을 찾고, 이렇다 할 고난 없이 위기를 극복한다. 이 같은 전개 방식은 12부작 내내 반복되는데, 긍정적으로 본다면 회차당 에피소드를 빠르게 해결하는 ‘사이다 전개’이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한 이야기 구조로 인해 곳곳에 구멍이 있다. 

이런 아쉬움을 상쇄하는 힘은 강효민으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이 지닌 매력에서 나온다. 따뜻한 가슴과 영리한 두뇌를 가진 강효민은 사람들이 바라는 변호사의 이상향. 약자의 편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어려운 일들에 귀를 기울이면서 시간을 쏟는다. ‘드라마에 나오는 변호사’의 전형이지만 바로 그 부분에서 대중의 판타지를 자극해 이번 ‘에스콰이어’의 여러 캐릭터들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채연의 활약도 한몫을 한다. 지난해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 본연의 성향과 극중 캐릭터의 특색을 절묘하게 섞어 매력을 극대화하는 특별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특히 ‘에스콰이어’에서는 짧게 등장하지만 쌍둥이 자매로 1인2역까지 소화했는데, 동생 강효민일 때와 청각 장애를 지닌 언니 강효주일 때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진욱은 ‘로맨스 없는 로맨스’로 시청자를 설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혼 전 전처와 결혼 생활에 가진 미련, 상처를 품고 외롭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연민을 자극한다. 또한 긍정의 아이콘 강효민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형성할 땐 ‘빨리 로맨스가 이뤄지길’ 바라게도 만든다. 오랜만에 로맨스의 매력을 발휘하지만, 사실 ‘에스콰이어’에서 로맨스 지분을 독차지한 건 윤석훈, 강효민과 같은 팀의 변호사인 이진우를 연기한 이학주다. 10살 연상의 동기 허민정(전혜빈)에게 “내가 사랑한다고!”라면서 돌직구의 사랑 고백으로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았다. 조건이나 상황 등 계산없이 오직 사랑에 올인하는 이학주와 과거 상처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성공한 전혜빈의 러브스토리가 ‘에스콰이어’ 후반부를 책임지면서 시청자의 이탈을 막았다.

극본을 쓴 박미현 작가는 현직 변호사다. 요즘 방송가에서 유행처럼 번진 ‘변호사 작가들이 쓰는 변호사 드라마’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변호사 작가’의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해 장나라와 남지현이 주연한 ‘굿파트너’, 최근 방송한 이종석·문가영의 ‘서초동’ 역시 현직 변호사들이 쓴 드라마다. 

‘에스콰이어’에는 유독 청계천을 걷는 두 주인공 이진욱(왼쪽)과 정채연의 모습이 자주 등장했다. 사진제공=JTBC

연출: 김재홍 / 극본: 박미현 / 출연: 이진욱, 정채연, 이학주, 전혜빈, 김의성 등 / 장르: 드라마 / 공개일: 8월2일 / 시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12부작 / 방송: JTBC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에스콰이어’의 한 장면. 사진제공=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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