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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업무로 유혹했다가 “범죄 소굴에 갇혀서” 못 나온다는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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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업무로 유혹했다가 “범죄 소굴에 갇혀서” 못 나온다는 이 나라

“두 배 연봉 준다”는 말에 떠난 20대의 비극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실종·감금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그중 한 20대 회사원은 단순한 이직이라 믿고 비행기에 올랐다가, 2년 가까이 범죄조직의 인질로 살아야 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자 ㄱ씨는 2023년 한 채용사이트에서 ‘해외 개발사업 통역직’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면접관으로부터 “캄보디아 현지에서 통역 업무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연봉이 기존의 두 배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출국했다.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충격의 현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ㄱ씨를 맞이한 것은 사무실이 아닌 ‘콜센터형 범죄 소굴’이었다. 이곳은 연애·투자 사기를 가장한 피싱 범죄 조직의 거점이었다. 일단 현장에 도착하면 여권을 압수당하고, 외부 연락이 차단된다. 거부하거나 도망치려 하면 폭행과 감시가 이어졌다. ㄱ씨는 현지 경찰과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지 공권력조차 범죄조직과 결탁된 탓에 손쓸 방법이 없었다.


콜센터 조직, ‘범죄 공장’처럼 운영됐다

캄보디아 내 피싱 조직들은 마치 프랜차이즈처럼 구조화돼 있었다. 본부는 범죄용 프로그램, 장비, 거주지를 제공하고, 하부조직은 이를 운영해 수익금을 상납하는 방식이다. ㄱ씨가 속한 콜센터도 이런 형태로 운영됐다. 모집책들은 SNS나 채용사이트를 통해 한국인 구직자를 ‘통역직’이나 ‘해외 근무직’으로 속여 유인했다. 피해자들은 처음엔 단순 고객응대 업무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금융·연애 사기를 위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개인 정보를 훔치는 역할을 강요당했다.


2년 만의 탈출, 목숨 건 귀환

ㄱ씨는 약 1년 9개월 동안 갇혀 있다가, 조직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탈출했다. 현지에 숨어지내던 그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돈을 마련해 당국에 ‘통행비’를 건네고서야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귀국 직후 그는 경찰에 체포됐다. 범죄에 강제로 가담한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ㄱ씨는 “하루에도 수십 명이 이런 식으로 속아 들어온다”며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진술했다.


경찰, 180억 규모 자금 추적 중

울산경찰청은 캄보디아 콜센터 조직의 국내 연결망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조직의 범죄수익금을 암호화폐와 법인계좌로 세탁한 혐의로 정모(26)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들의 계좌 8개에서 지난 12월 한 달간 180억 원이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캄보디아 현지 조직원 83명의 신원을 확보했고, 이 중 54명을 검거했으며 34명은 구속됐다. 남은 28명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핵심 정리

1 캄보디아에서 ‘통역직 채용’을 미끼로 한국인을 속여 피싱 범죄조직에 감금·강제노동시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 피해자 ㄱ씨는 2023년 채용사이트 공고를 보고 출국했다가 2년 가까이 범죄 소굴에 감금됐다.
3 조직은 프랜차이즈식으로 콜센터·프로그램·숙소를 제공하며 범죄를 체계적으로 운영했다.
4 ㄱ씨는 1년 9개월 만에 탈출해 귀국했지만, 강제 가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5 경찰은 180억 원 규모의 자금세탁 정황을 포착,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국제 공조 수사를 확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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