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31조 베팅”했는데 달라진 태도에 짐 싸야 한다는 이 ‘기업’

“31조 베팅했는데”…美 단속에 짐 싸야 하는 한국 대기업 정체
비자 단속, 475명 무더기 연행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짓고 있는 조지아 배터리 공장 현장에 미국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들이닥쳤다. 합법 비자를 가진 한국 기술자들까지 불법 체류자 취급을 받으며 무려 475명이 구금됐다. 31조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지자, 현장은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하라더니, 단속?”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총 36조원을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지 불과 3주 만에 이번 사태를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압박해왔지만, 정작 그 투자를 위해 파견된 인력을 적법 여부와 관계없이 단속했다. 결국 현대차는 “배터리 공장 완공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양산 목표 시점이 흔들리게 됐다.

삼성·SK·LG도 긴장
문제는 현대차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51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HBM 후공정 공장을,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와 미시간·오하이오에 대규모 배터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 전체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이미 1000억 달러(약 140조원)를 넘는데, 이번 사태로 “합법 비자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리스크가 드러난 셈이다.

모순된 美 정책
바이든 정부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 이민 정책으로 그 투자를 가로막는 모순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는 구조 속에서 한국 기업이 불확실성에 갇혔다”며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지 전략 재검토 불가피
이번 단속 이후 기업들은 대미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당분간 SK온의 조지아 공장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파견 인력을 숙소 대기시키며 신중 모드에 들어갔다. 삼성SDI 역시 인디애나 프로젝트에서 인력 수급과 규제 대응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해법은 ‘투자 다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공정 차질을 넘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모델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본다. △현지 인력 양성 강화 △한·미 정부 간 제도 협의 △투자 지역 다변화가 시급한 대책으로 꼽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미국 올인 전략’을 다시 점검하라는 신호”라며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정리
-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조지아 공장에 ICE 급습, 475명 구금
- 합법 비자 보유자까지 무차별 단속, 공사 최소 2~3개월 지연
- 삼성·SK·LG 등 한국 기업 전체 대미 투자 규모 140조원 이상
- IRA로 투자 유치 vs 강경 이민 단속, 美 정책 모순 심화
- 해법은 현지 인력 양성·정부 협의·투자 다변화